저는 편집장을 떼어놓고, 혼자 다시 한 번 그 곳을 방문했습니다. 그 때 제가 본 건 단지 윌라드 크루그먼뿐만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윌라드 크루그먼의 옆에 있던 실루엣의 주인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확인을 끝내고 돌아서려는 순간 처참한 광경을 보게 해준 반쯤 타버린 작은 곰 인형을 보았고, 쓸데없는 감정에 휩싸여 인형을 다시 집어 들었습니다.
굉음과 함께 눈앞이 하얘졌고, 기분 나쁜 날카로운 소음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지속적인 소음은 마치 날 세밀하게 조각 내고 또 조각 내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마치 수술대 위에서 해부 되고 있는 것처럼. 그 다음에는 처음 보는 공포스런 장면들이 쏟아졌습니다. 수많은 장면은 빠르게 그리고 기억할 수 없는 형태처럼 일그러져 지나갔습니다. 나는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나를 제어할 수 없었어요. 낯선 얼굴 속으로 내가 타인이 되어 숨어든 느낌, 원인 모를 증오와 분노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