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경으로 도시에서 근무를 해서 군대를 갔다왔다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럼에도 군대라는 곳에 있으면 조금 다른 신분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 신분은 일반인과 경계를 짓는 엄연한 벽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외로움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당시 어머님이 좀 아파서 수술을 하셨고, 집안 악재들도 좀 겹쳐서 나를 덮쳤다. 새로운 환경. 반복되는 똑같은 업무. 다른 이들과 똑같이 주어지는 의복. 생활.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내 상황을 알아주고, 들어주는 사람. 옆에 있어 줄 사람
.
사람에 대한 감정이 너무나 쉽게 생기고,
너무나 빨리 생기던 상황이었다, 그 당시는.
나는 그때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왜 이러지? 무슨 약이라도 먹었나?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그때 썼던 극이다.
하루 한 병 마시기만 해도 사랑에 빠질 수 있게 해주는 약물.
그런 약물이 있다면 이 약물을 가장 좋아라 할 사람들은 누구일까?
물론 정부일 것이다. 떨어지는 결혼율. 늘어나는 이혼율.
사랑을 만들 수 있는 약물이 있다면 정부는 몇 백 억의 정부 예산을 쏟아붇는 한이 있더라도, 그 약물을 사람들에게 배급할 것이다.
그렇게 사랑에 빠진 부부.
10년을 지나게 해보자.
그들은 오늘도 하루에 한 병 사랑에 빠지게 하는 약물을 마신다.
그들은 마냥 행복할까?
그 사랑이란 감정이 약물로 생긴 것인데?
호르몬 작용이 만든 인위적인 감정인데?
실험실 생쥐같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자신들이?
문득, 그런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2013년.
2015년이 되서 그 작품이 시연된다.
신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