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레' 어떻게 봤나.
▲ 당초 의도한 부분들이 잘 나온 것 같아요. 대학시절 기타동아리 얘기도 좋았고, 남자들끼리 모였다 하면 여자 얘기하는 부분도 실감 나서 좋았죠.
-영화를 본 관객들이 ‘아재(아저씨) 개그’ ‘아재들의 일탈기’란 얘기를 종종하더라.
▲ 글…쎄요. 아직까지 ‘아재’란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웃음)
-채두병 감독은 ‘올레’가 첫 장편영화인 걸로 안다. 호흡은 어땠나.
▲ 글쎄 저는 데뷔하는 감독들에 대한 선입견은 별로 없어요. 신인 감독과 처음 찍어본 것도 아니고. 감독님은 원래 직장생활을 하다가 영화에 뜻을 품고 미국 유학을 다녀오셨다고 해요. 대기만성형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면에서 극 중 수탁(박희순 분)과 비슷한 면이 많았어요. 흥 많고, ‘업 앤 다운’도 심하시고.(웃음) 시나리오 보고 어떻게 찍으실지 궁금하긴 하더라고요. 채 감독님은 준비를 많이 해 오셨고 현장에서 판단력도 좋으셨어요. 뭔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배우들이 요구하는 것, 그리고 감독님이 하고 싶으신 것 사이에서 유연하게 대처하시더라고요. 코미디 영화인데 유머 감각도 꽤 있으셨죠.
-남자 친구들끼리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 나이를 떠나서 원래 친구들끼리 모이면 어린애 같고 철없어지지 않나요? 여자들도 모이면 남자 얘기하지 않나요? 안 그런가?(웃음)
-중필 말고 탐나는 캐릭터가 있다면.
▲ 단연코 없어요. 중필이 좋아요. 멜로라인도 좀 있고. 옛사랑을 추억하고, 새로운 사랑을 만났을 때는 설레고. 그러다가도 친구들끼리 있으면 입이 걸어지고 철없어지죠. 청년의 모습도 있고. 다양한 걸 표현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올레’처럼 휴식 같은 영화에 출연한 계기가 궁금하다.
▲ 우선 담고 있는 이야기가 좋았고, 농담 삼아 낄낄거리듯 연기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제 친구들 생각도 많이 났고요. 그동안 안 보여준 이야기고, 누구 한 사람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라 세 명의 조합이 중요한 영화였죠. 희순, 만석씨랑 합이 잘 맞으면 잘 나오겠다 싶었어요. 한 두어 달 제주도에 내려가서 즐겁게 촬영한 것 같아요.
-배우 신하균하면 조용하고 진중하고 뭔가 수줍은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더 ‘올레’가 의외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 하하. 원래 성격은 무척 밝은 편이에요. 대중 앞에서나 공식석상에서는 낯가리고 떨려서 그런 거고.
-박희순, 오만석과 차진 호흡을 선보였다
▲ 제가 그동안 봐온 박희순씨는 점잖고 조용하고 그랬어요. 오만석씨는 리더십이 워낙 좋고 밝아요. 희순씨 같은 경우엔 영화에서 주로 진지하고 선 굵은 역할만 해왔는데, 이번에 밝고 유쾌한 역할 만나서 개인적으로는 무척 반가웠어요. 은동 역 같은 경우는 누가 맡을지 정말 궁금했는데 만석씨가 와서 기뻤죠. 자칫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역할이었는데, 튀지도 않고 덜 보이지도 않게 세 친구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아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