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저녁 시간대 전국의 엄마들을 TV앞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들며 가족들의 단란한 저녁식사 시간을 방해했던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 팀이 아침드라마 ‘너라서 좋아’로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아내의 유혹’은 시청자들에게 ‘막장 드라마’라는 이미지를 심어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40%대를 오가며 그 인기를 과시했다. 이 드라마의 성공 요인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등장, 주인공의 복수과정이 그려지며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이 작품에서 비춰지는 이재황의 모습은 반듯하고 착하다 못해 답답하기도 했다.
그는 ‘너라서 좋아’에서 거대 유통회사의 후계자로 진실한 사랑을 갈구하는 한 남자가 됐다. 하지만 그는 좋은 배경을 가진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남모를 고충을 겪었다.
“첫 회부터 아내 수빈(윤지민 분)에게 이혼을 선언했어요. 그 뒤로는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대는 사이이기 때문에 아직도 좀 어색해요.”
그도 그럴 것이 극중 자신의 아들이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마음은 어떠했겠는가. 아내는 이러한 사실도 모른 채 자신에게 미소를 짓고 있으니..게다가 어머니의 거센 반대를 물리치고 결혼한 것이니만큼,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터.
이재황이 그동안 작품을 통해 선보여왔던 캐릭터들의 공통점은 ‘착하다’는 것이다. 배우에게 있어 캐릭터 고착화는 큰 고민 중 하나로 손꼽힌다. 꾸준하게 활동했지만 다작에 모습을 비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반듯한 이미지 탈피는 쉽지 않았다.
“전에 맡았던 캐릭터들이 비슷비슷해서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재미있고 망가지는 역할 같은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이 당연히 있죠. 지금도 ‘고정적인 배우’라는 틀을 깨기 위해 역동적으로 노력하는 중이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배우가 아들을 향한 부성애를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현재 극중 아들로 나오는 아역배우에게 스스럼 없이 ‘아빠’라는 호칭을 들을 정도로 친한 사이로 지내며 호흡을 과시했다.
“처음에는 제가 아이들을 좋아하는지 잘 몰랐어요. 식당 등에서 봐왔던 아이들의 이미지는 산만하게만 보였었거든요. 복지센터의 아이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했는데 어느 순간에 보니까 제가 아이들과 족구도 하고 배드민턴을 하면서 즐겁게 어울리고 있더라고요. 덕분에 다음 날 아침에 팔을 못 들 정도로 아팠었죠. 이번의 아들도 저를 잘 따라줘서 정말 좋죠.”(웃음)
이 배우의 장점은 뭐든지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하면 할수록 더욱 어렵다”는 말과 함께 그 벽을 깨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계나 벽에 부딪칠 때마다 배우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하는 내내 이런 상황을 맞이할 것이고 그러면서 더욱 알아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예전에는 모르고 했던 것들을 조금씩 알다 보니까 아쉬움도 더 커지고 그런 만큼 더욱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어려운 것 같아요.”
이재황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통해 채워가며 그들의 소중함도 잊지 않았다.
“배우들은 화면에 비춰지지만, 그 장면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을 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촬영으로 힘들 때도 있지만, 많은 분들은 저보다 더 오랜 시간동안 힘든 과정을 겪잖아요. 감독님도 연기를 함에 있어 마음껏 표현하게 해주셔요. 의견이 있으면 항상 이야기 하는 것을 원하시죠. 한 번 호흡을 맞춰봤던 분들이어서 그런지 편안하고 행복하게 촬영하고 있어요.”
인터뷰 마지막까지 “실제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외모 덕분에 힘든 부분도 있다”며 망언을 일삼는 이재황이 앞으로 작품을 통해 선보일 ‘착한 역할’ 이외의 다양한 모습에 기대를 걸어본다.
“아직은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해봐야 알 것 같아요. 이재황이라는 인물이 ‘고정적인 배우’가 아님을 반드시 보여드릴게요. ‘너라서 좋아’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너라서 좋아’는 여고 3인방이 졸업 18년 후 30대에 다시 만나 서로 질투하고 부러워하고 경쟁하는 드라마로 배우 윤해영, 이재황, 윤지민, 박혁권, 라미란 등 실력파 연기자들이 열연을 선보이고 있다.
조정원 이슈팀 기자 chojw00@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