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나방
고등학생 시절, 나는 무조건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없다.
그냥 ‘서울이 뭐든 앞서 나가니까’라고 생각했었나?
어찌어찌하여 서울 내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을 하며 자취 생활을 이어왔다.
가로수길에는 멋진 가게들이 많았고
연남동에는 맛있는 식당들이 많았으며
광화문에는
대형 서점이 있었다.
그렇게 서울 생활에 익숙해질 때쯤,
문득 깨달은 것이 있다.
서울 밤하늘에는 별이 없다.
매일 보던 가족들도 없다.
그리고 내 적금으로
살 수 있는 집도 물론 없다.
참 살기 좋은 곳들을 두고
불빛을 쫓아 날아온
나방같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사실 나방들을 모으려고 켜놓은 불빛은
아닐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