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약하게 로스팅한 커피 추출법
약하게 로스팅한 커피light roasting coffee는 주로 로스팅 단계 중 1차 파핑 이후부터 2차 파핑 전까지 즉, 시나몬부터 시티까지 로스팅된 커피를 이야기한다.
약하게 로스팅하는 이유는 주로 커피 생두 자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향미를 즐기기 위해서이다. 강하게 로스팅할 때 생성되는 커피의 향미를 가능한 줄여서 생두 자체의 특성을 살린다. 약한 로스팅 커피의 경우 신맛이 좀더 강하게 느껴진다. 약한 로스팅 커피의 포인트는 생두가 얼마나 신선하며 충분히 좋은 향미를 가지고 있는가이다. 그래서 대체로 커피 시장과 생두 자체가 고급화될수록 약한 로스팅 커피를 자주 접하게 된다.
약한 로스팅 커피는 커피 조직이 충분히 팽창되어 있지 않고 커피 추출을 도와줄 모세관도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추출하면 좋은 맛을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본적인 추출에서 몇 가지 변화를 주어야 좀더 향미가 좋고 마시기 좋은 커피를 얻을 수 있다.
강한 신맛을 억제하는 추출법
약 10그램의 커피를 사용하여 120밀리리터를 추출할 경우 60밀리리터를 추출하고 나중에 물을 60밀리리터 정도 추가한다. 90도 내외의 높은 온도에서 추출한다. 좀더 가늘게 갈아서 향미를 강하게 하고 쓴맛과 바디감이 많이 나도록 한다.
그런데 커피를 가늘게 갈았으므로 추출이 느리고, 커피 조직이 로스팅 과정에서 충분히 부풀지 않았기 때문에 조직 내에 빈 공간이 없어서 커피가 물에 잘 뜨지 않고 밑으로 가라앉아 추출을 방해한다. 그러므로 전체 목표량을 일반적인 방식으로 추출할 경우 느린 추출 때문에 과추출이 되어 쓴맛이나 나무맛 등의 잡미가 강해진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 전체 추출량 중 좋은 맛을 내는 50퍼센트만 먼저 추출하고 나머지는 물로 보충한다.
준비물
물: 90도 내외로 한다.
커피: 120밀리리터를 추출할 때의 기준은 10그램이다. 깨알 반 개 이하 크기로 준비한다.
드리퍼: 칼리타 드리퍼를 사용한다.
1. 사전 추출을 30초가량 한다.
2. 일반적인 방식의 물 나눠붓기를 한다.
3. 전체 추출량의 50퍼센트 내외를 먼저 추출한다.
4. 나머지 추출량은 물로 보충하는데 남은 주전자의 물보다 약간 뜨거운 90도 내외가 좋다.
좀더 부드러운 맛을 내는 추출법
약 12~15그램의 커피를 사용하여 120밀리리터를 추출한다. 신맛을 억제하기 위해 90도 내외의 높은 온도에서 추출하고 좀더 빨리 추출하기 위해서 깨알 한 개 정도 크기로 굵게 커피를 간다. 빨리 추출되어 커피가 연해지기 때문에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많은 양의 커피(120밀리리터당 약 12~15그램 내외)를 사용한다.
빠른 추출이 가능한 하리오나 칼리타 도기 드리퍼 같은 추출 도구를 사용한다. 하리오의 경우 물 붓기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드리퍼 내의 립이 충분히 물이 흐를 공간을 확보하고 있고 물 빠짐이 좋아서 항상 일정한 커피를 뽑기에 좋다. 칼리타 도기 드리퍼도 플라스틱에 비해서 약 30퍼센트 정도 물빠짐이 빠르기 때문에 좀더 부드럽고 연한 커피를 얻을 수 있다.
준비물
물: 90도 내외로 한다
드리퍼: 추출이 빠른 원추형 드리퍼를 준비한다. 하리오가 좋다.
커피: 240밀리리터 두 잔을 기준으로 24~30그램의 커피를 깨알 한 개 크기로 분쇄하여 사용한다.
1. 30초가량 사전 추출을 한다.
2. 사전 추출 후 추출을 위한 물을 드리퍼에 가득 채워 드리퍼 안의 물의 무게를 무겁게 만들어서 추출을 의도적으로 빠르게 한다.
3. 전체 추출 시간이 1분 10초~1분 20초가 되도록 한다.
가벼운 맛을 내는 추출법
일반적으로는 커피의 추출을 좀더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사전 추출을 한 다음에 본격적인 추출을 한다. 그런데 약하게 로스팅한 경우 커피에 따라서 사전 추출을 하면 전체 추출 시간이 길어지고 커피에서 나쁜 나무 향이 나거나 신맛이 강조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사전 추출을 하지 않고 바로 추출함으로써 전체적으로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을 얻기도 한다.
사전 추출 없이 추출수를 쉼 없이 부어주면서 추출수가 나오는 속도와 추출을 위한 물 붓기 속도를 맞춰준다. 이때 미추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전체 추출 시간을 1분 30초에서 2분 내외로 하면 전체적으로 가벼우면서도 산뜻한 커피를 얻을 수 있다.
준비물
물: 90도 내외로 한다
드리퍼: 추출이 빠른 원추형 드리퍼를 준비한다. 하리오가 좋다.
커피: 240밀리리터 두 잔을 기준으로 20~24그램의 커피를 깨알 한 개 크기로 분쇄하여 사용한다.
1. 사전 추출 없이 추출하며, 추출수를 쉼 없이 보충한다. 이렇게 하면 연하게 추출되어 신맛과 나무 맛이 많이 나지 않는다.
2. 전체 추출 시간은 1분 30초~2분이 되도록 한다.
5. 로스팅마스터즈식 드립
로스팅마스터즈에서는 좋은 커피를 뽑아내는 것은 기본이고 누가 언제 만들더라도 똑같은 커피를 손님에게 내도록 하고 있다. 실제 카페 운영을 하다 보면 언제나 같은 사람이 커피를 만들기 힘들고, 직원이 교체되기도 하고, 또 직원 간에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늘 같은 커피를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손님에게 늘 같은 맛의 좋은 커피를 제공하는 것은 카페를 운영하는 데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몇십 잔 중의 한 잔이지만 손님은 자신이 마신 단 한 잔의 커피로 가게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금의 실수도 손님에게는 치명적인 결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정해진 매뉴얼을 만들고 그에 따라서 추출을 해서 늘 같은 커피를 손님에게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사전 추출에서 추출 준비를 마치는 첫번째 추출까지 최대한의 커피 성분을 뽑아낸다. 그 다음에는 빠르게 물이 지나가게 해서 물이 오랫동안 머물면서 날 수 있는 나쁜 맛을 억제하고, 물을 넣어준 후 조금 물이 빠졌을 때 즉시 물을 부어준다. 이렇게 후반부 추출을 의도적으로 억제하였으므로 커피에 잡미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단 바디감이 약하고 커피에 강한 느낌은 없다.
사실 이런 방식은 매우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물 붓기에 신경을 쓰지 않고 물을 붓는 양과 타이밍을 조정해서 맛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물의 양과 부어주는 시기는 커피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커피의 맛이 일정하지 않다면 물을 양과 붓는 시기를 매뉴얼화하면 일정한 맛을 내기 쉬울 것이다.
가게에서는 숙련된 사람에서부터 숙련되지 않은 사람까지 직원으로 일하기 때문에 매뉴얼을 어렵지 않게 만들어 규정만 지키면 정해진 커피가 나올 수 있도록 했다.
로스팅마스터즈 커피 추출 매뉴얼
커피 : 1인분당 약 10그램. 2인분부터는 8그램씩 추가
분쇄도 : 깨알 크기. 빠른 물 빠짐을 위해서 크게 갈아서 사용
물 : 82~88도 사이의 물. 로스팅한 지 1~2일 후의 커피는 82~83도 내외, 로스팅한 지 일주일 이내의 커피는 85~87도 사이의 물을 사용
사용되는 도구 : 칼리타 드리퍼와 서버
추출 시간 : 1분 25초~1분 40초 사이
로스팅마스터즈식 드립 추출법
1. 사전 추출: 준비된 커피와 같은 양의 물을 부어준다. 20그램의 커피에는 20밀리리터의 물을 커피 전체를 적시면서 드리퍼 아래로는 물이 흐르지 않을 정도로 부어준다. 30초간 사전 추출을 진행한다.
2. 첫번째 물 붓기: 볼펜 두께의 물줄기로 가운데를 중심으로 물을 강하게 부어준다. 이렇게 하면 물이 커피를 파면서 밑으로 들어가게 되고 커피는 물 위로 떠오른다. 드리퍼에 70퍼센트 이상 물이 차면 물줄기를 반으로 줄이면서 2~3회 정도 원을 그리며 물을 붓고 커피를 고르게 섞어준다. 이 과정에서 물은 드리퍼 끝까지 올라온다. 드리퍼 주변부에 있는 커피에까지 모두 물을 부어주려 하지 말고 드리퍼 벽에서 5밀리미터 내외의 간격을 두고 물을 부어준다.
3. 이후 물 붓기: 드리퍼 안에 물이 많기 때문에 물 빠짐이 아주 빠르게 이루어진다. 드리퍼 벽에서 5밀리미터 정도 남기고 물을 부어준 부분에 물이 빠지면서 턱이 진다. 이 턱의 높이가 3밀리미터 이상 차이가 날 때 다시 물을 부어준다. 부어줄 때는 2~3회 원을 그리면서 부어 전체 커피가 잘 섞이도록 한다.
4. 이렇게 4회 정도 물을 부어주면 추출이 끝난다.
5. 원하는 추출량만큼 커피가 다 나왔으면 드리퍼를 서버에서 분리해서 과추출로 인한 나쁜 맛이 나오지 않도록 한다. 추출 후 남은 커피 찌꺼기의 모양을 보고 고르게 벽면에 남았는지 확인한다. 만일 물 붓기가 고르지 않았다면 찌꺼기 모양이 편편하거나 벽면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좀더 물 붓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box> 드리퍼에 커피가 남은 모습은 어떤 것이 좋을까
드리퍼는 추출 면적을 늘리기 위해서 깔때기형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벽면으로도 추출이 된다.
드리퍼에 커피를 넣고 물을 채우면 커피는 물 위에 떠오르는데 물이 차츰 빠지면서 떠 있던 커피는 물과 함께 드리퍼의 벽면에 닿는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커피가 벽면에 남게 된다.
물을 너무 벽면에 가깝게 부으면 커피 가루가 필터 벽면을 치게 된다. 그러면 미세한 커피 가루들이 필터의 구멍을 막아서 드리퍼 벽면에서 추출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중력에 의해서 드리퍼 아래쪽에서만 추출이 이루어지면서 편편한 모양으로 커피가 남게 된다. 이런 경우 추출이 느리게 이루어지므로 의도하지 않는 공격적인 쓴맛, 나무 맛 계열의 잡미가 날 수 있다.